이지윤

Lee Ji Yoon

⟪미지달리기⟫, 단채널 영상 설치, 00:16:30, 나무, 드로잉, 파라핀 조각, 2024

손 끝의 ‘쑤시고’, ‘찌르는’ 감각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신경외과와 정형외과에 들러 감각의 기인을 찾아보았다. 의사의 권유로 엑스레이를 찍어본다. 엑스레이가 내 살을 뚫고 들어가 검고 반짝이는 표면위에 하얀 뼈들이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나에게는 5년 전 갑자기 나타난 이름 붙일수 없는 증상이 있다.

내게 증상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게 대체 어떤 증상인데요?”하고 물었다. 증상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때면 나는 일종의 충동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은 엄밀히 말해 이것은 이미지를 향한, 특정한 이미지에 대한 충동이었고, 어둠 속에서 이미지를 찾아 헤메고 종종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감각의 덩어리를 현상해내는 것에 불과했다.

이것이 나에게 증상이라고 느껴진 이유는 이 과정에서 내부의 욕동하는 에너지가 종종 지나치게 넘쳐 괴로울때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고장난, 혹은 활기차게 움직이는 자동기계같은 감각 작동을 어찌 하면 좋을지 몰라 어려워하다가 나는 이 ‘이미지 현상하기’가 만들어낸 마음 내외부의 현장들을 포괄지어 ‘증상’이라 부르기로 했다. 정신분석학 상담을 받으며 듣게 된 ‘증상’이라는 단어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들을 포괄하면서도 개별적인 나의 증상을 보존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인과적인 관계성은 무시하며 나타난 이미지. 문 앞에 도착해있던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한 누군가의 체액 같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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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