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희

Jeong Cho Hee

부분에서 비롯된 전체에 대한 이미지 환상에 사로잡힌 개인의 시야는 때때로 대상을 명료하게 응시하지 못한다.
심미적 자연과 일상의 이미지-내면에서 비롯된 이질적 텍스트는 합을 이루지 못한 채 벌어져 낙차가 발생하고, 이들이 한곳에 모여 기만적이고 아이러니한 시간이 발생한다.

⟪Iron Rose⟫, 가변 크기, 00:09:15, 꽃잎, 페트리필름, 철, 단채널 영상 설치, 2023

현시대에 생성된 것들은 반드시 기초가 되는 원형이 과거에 존재할 것이라 믿고, 그것을 추적하는 사고 흐름을 즐긴다. 이러한 습관적 원형 추적 사고는 현재 내가 내 주변과 시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있는지도 모르는 원형을 읽으려는 습관, 부재할 수 있는 본질 같은 것을 따지는 행위, 패턴을 읽으려는 시도, 아래로 내리 꽂히는 호기심과 집착. 원초적 욕구는 시대가 흐르고 발전될 수록 교묘하고 정교히 정제되어 가려지거나 문명의 구조에 맞춰 억압되고 변형된 방식으로 드러난다.

동시대에 존재하는 개개인은 온갖 세간, 스타일, 장식물들 가운데서 선택을 이행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기만의 모습을 찾으려 애써도 외적 정체성으로 한정 지을 수 없는 무언가가 늘 내재하기에 실패하기 마련이다. 불안정한 자아는 무의식적 충동과 욕망 가운데서 부표처럼 이리저리 밀리고 당겨진다. 인간은 충동을 잠시 제어할 수는 있지만 결국 억눌린 충동은 기이한 행동과 질병 따위로 나타날 뿐이다. 이러한 불안한 주체들이 자기 자신에 매몰되거나 과잉된 이미지로써 자기 자신을 재구성 하려는 충동은 흔한 사건이다.

나는 이러한 현시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건의 편린을 내 작업으로 끌어오고 싶다. 이미지가 지니는 위상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크다. 현대를 살면서 수많은 디지털 이미지 조각들을 접하고 이미지로 부터 파생된 감각적 기억의 축적은 계속되고 있다. 이미지는 나를 구성하는 구성체이자 나를 비추는 거울이며 동시에 자아를 비대하게 부풀리고 옥죈다. 머릿속에 외부에서 들어온 수많은 이미지들이 뒤엉켜 있고, 어쩌면 그것이 풍선처럼 부풀어 하늘로 사라져 버리기 전에 물질을 그것에 관통시켜 바닥에 눌러 놓고 싶었다. 이러한 머릿속 이미지는 원형을 추적하는 사고 습관으로 인한 시간적 특성과 결부되어 자연스레 영상 매체로 작업을 하게 됐다. 현시대에 결부되어 자아와 떨어트릴 수 없다 판단된 이미지에 대한 탐구는 곧 이해 관계를 초월한 심미성에 빠지는 계기가 됐다. 일종의 개인적 반동 기질은 늘 부차적이고 열등하며 어딘가에 종속되어 하위의 가치라 여겨지는 장식적이고 감각적인 지점을 오히려 앞세우고자 하는 충동을 자아냈다.

결국 현시대의 개개인들 역시 충동 사이에서 이리저리 떠밀리는 자아를 끌어안은 채 불안에 떠는 개인을 은폐 하고자 자기 자신을 기만하며 도피하는 지점들이 있고, 나라는 개인 역시 이러한 기만적 습성 중 하나가 바로 심미성에 대한 빠져듦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작업에는 늘 장식적이고 과잉된 감각적 요소가 필연적으로 포함되어 왔다. 아름다움에 대한 추적은 충동 사이의 나라는 개인이 이미지 범람의 현시대와 결부되어, 불안정한 자아를 뒤덮어 가리려는 기만적 상태이다. 나는 이 지점을 기억의 미로를 헤매고 추적해 작업이라는 제3의 시간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
-작업 노트 중 발췌